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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언론 모니터 보고서

1. 사안 개요

2022년 7월 15일 인하대학교에서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7월 15일 새벽 가해자 A씨는 술에 취해 걷기도 힘든 피해자 B씨를 단과대학 건물 3층까지 강제로 끌고 올라가 성폭행했고 성폭행 피해 끝에 피해자는 3층에서 추락했다. 7월 15일 오전 3시 49분 경 행인에 의해 발견된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오전 7시경 사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도주했으나 현장에 두고 간 휴대전화를 경찰이 발견해 15일 오후 긴급 체포됐다.

피해자는 추락 직후 발견될 때까지 1시간 가량 생존해 있었으나 가해자는 이를 방치한 채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가해자를 준성폭행치사 혐의로 구속 수사했고 불법 촬영 혐의도 추가 확인했다. 7월 22일, 경찰은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강제로 밀쳤는지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인 혐의는 제외한 채 가해자를 검찰에 송치하였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여성을 향한 성폭행 사건인 동시에, 은밀한 장소가 아닌 단과대학 건물에서 벌인 가해자의 대담한 범행,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잔혹함으로 언론과 여론에 모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간 끝에 피살, 가해자의 범행 촬영 시도 정황 등 사건의 성격은 전형적인 ‘젠더 폭력’,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향한 강력범죄’라 할 수 있다.

2, 양적분석

1) 사건 당일 피해자에 대한 선정적 묘사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은 7월 15일 오전 3시 49분 경 피해자를 발견한 행인의 경찰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언론의 첫 보도는 오전 7시 39분 연합뉴스 <“인하대서 여성 옷벗은 채 피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였다. 보도는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쓰러진 여성을 행인이 발견해 신고했고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쓰러진 채 발견되 신고된 여성이 결국 숨졌다’, ‘경찰이 마지막까지 동석한 동급생 남성의 범죄 혐의점을 포착해 긴급체포했다’는 기사로 이어졌다. 문제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이 초기 보도의 시기, 즉 ‘행인의 경찰 신고’에서 촉발된 기사들 중 상당수가 피해자의 발견 당시 모습을 과도하게 구체적, 선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후 연합뉴스의 제목 <“인하대서 여성 옷벗은 채 피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과 내용을 그대로 옮긴 전제 기사가 이어졌고, 조금씩 제목과 내용을 바꾸며 더 노골적인 표현을 담은 보도, 비슷한 표현을 쓴 보도, ‘여대생’이라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보도 등이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 기준으로 사건 초기에 해당하는 7월 15일의‘인하대 경찰 신고’를 언급한 기사는 총 161건이다. 이중 제목에 ‘옷 벗겨진 채’, ‘탈의’ ‘나체’ ‘알몸’과 같이 피해자의 발견 당시 모습, 특히 신체적 상태를 구체적, 선정적으로 묘사한 표현을 쓴 기사가 47건이다. “옷 벗은 채 피흘리며 쓰러진 여성이 있다”는 신고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된 초기 보도 이후 ‘타살 혐의점 포착’, ‘동석한 남성 긴급체포’가 보도되던 시점부터는 자극적인 표현이 크게 줄어들었다.

경찰 조사로 구체적 경위가 알려진 늦은 오후에는 주로 뉴스1 <'인하대 여대생 사망'…男 동급생이 성폭행, 3층서 추락해 숨지게 해(종합)>(7/15), YTN <인하대 캠퍼스에서 여대생 사망...경찰, 함께 있던 남성 신병 확보해 조사>(7/15)와 같은 제목이 지배적이었다. 신체 상태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은 쓰지 않았으나 ‘여대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선정적인 묘사와 ‘여대생’ 표현을 함께 쓰는 심각한 사례도 있다. 세계일보 <쓰러진 채 발견된 나체 여대생 결국 숨져… 성폭행 당한 뒤 건물서 추락한 듯>(7/15)은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하는 보도였다. 보도 시점이 사건 경위가 어느 정도 구체화 된 7월 15일 밤 10시였음에도 “나체 여대생”이라는 모욕적 표현을 제목에 그대로 썼다. 이런 사례는 더 있다. 세계일보 <‘피 흘리며 나체로 발견’ 인하대 여대생 타살 정황… 용의자는 ‘같은 학교 1학년 남학생’>(7/15), 한국경제 <인하대서 피 흘리며 알몸으로 발견된 여대생 끝내 숨졌다>(7/15) 등 불필요하게 긴 제목을 불사하고 ‘나체’ ‘여대생’을 함께 쓰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

제목이 아닌 보도에서 피해자에 대한 선정적 묘사를 언급한 사례는 훨씬 더 많다. ‘탈의’ 6건, ‘나체’ 39건, ‘알몸’ 40건이다. ‘여대생’ 언급 보도의 경우 107건이나 되어서 전체 161건 중 66%로, 사건 초기 보도 3건 중 2건은 모두 피해자를 ‘여대생’으로 지칭했다. 강력 범죄 피해자 중 유독 ‘20대 초반 대학생 여성’이라는 특성만 부각해 노출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자극적, 차별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7월 16일 이후에는 제목에 피해자 상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기사들은 사라졌다. 그러나 일부 소수 보도에서 여전히 선정적인 표현을 썼으며 그 중 인천in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 가해자 오늘 구속심사... 준강간치사 혐의>(7/17)의 경우 제목에서는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라는 평범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작 기사 본문에서 사건을 “인천 인하대 여대생 알몸 사망사건”이라 명명했다. ‘여대생 알몸 사망사건’이라는 명칭 자체가 2차 가해 성격이 짙다. 피해자의 인적 사항과 신체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2차 가해 양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7월 16일 이후에는 구체적인 성폭행 과정을 연상케 하는 보도도 등장했다. 16일부터 25일까지, ‘피해자 하의’를 언급한 보도가 9건, ‘피해자 속옷’을 언급한 보도는 무려 80건이나 된다. 이데일리 <'인하대 여대생 사망' 피해자 하의 다른곳에…"증거인멸 확인중">(7/16)과 같은 보도들이다. 이와 같은 제목은 한겨레 <인하대 교내 사망 사건’ 화장실서 의류 수거해 조사<(7/16)와 매우 대조적이다. 경찰이 수거한 ‘피해자 의류’라는 건조한 표현으로 바꿔 보도하는 것이 적절했지만, ‘피해자 의류’ 표현한 보도는 고작 6건에 그쳤다.

7월 16일 이후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세계일보 <인하대 사건, ‘가해자 호명’ 없는 선정적·신파적 언어의 해악 [정지혜의 빨간약]>(7.17)에서는 “언론은 이 사건 기사 제목에 ‘옷 벗은 채’, ‘탈의한’, ‘나체로’ 등 선정적으로 눈길을 끌기 위한 묘사를 쏟아냈다. 그걸로 모자라 본문에서는 피해자가 발견 당시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사건의 핵심과 관계 없는 불필요한 정보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남발된 측면이 다분하다”고 썼다. 이 기사는 기자 칼럼으로서 언론 스스로의 성찰과 자기비판을 일부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2)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2차 가해의 확대재생산

피해자에 대한 선정적 묘사에 이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보도에서 나타난 두 번째 문제는 부적절한 내용까지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행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기사화와 2차 가해의 구체적 내용 인용이 해당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한 대표적 사례는 ‘가해자 가족이 친구들에게 선처 탄원서를 부탁하고 있다’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검증 없이 유포한 보도들이다. 이 보도들은 7월 1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그대로 인용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분노한 여론을 덧붙이는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 시작은 7월 19일 나온 톱스타뉴스 [<한 번만 살려달라"…인하대 가해자 부모, 선처 탄원서 요청?→비난 폭주>(7/19)와 같은 보도들이다. 이런 보도내용은 인터넷 상의 소문을 언론이 더욱 확산시킨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글은 삭제되었지만, 비슷한 보도는 이어졌다.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인하대 성폭행 사망’을 언급한 보도 총 1,008건 중 ‘탄원서’를 언급한 보도는 31건이다. 보도량만을 본다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첫 보도 시점이 7월 19일이라는 점, 21일까지 3일간 보도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언론의 선정성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31건 중 1/3에 해당하는 11건이 직접 인용한 커뮤니티 글이 ‘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헤럴드경제 <“가해자 부모가 선처 탄원서 부탁” 루머에…인하대 학생들 “엄벌 탄원서 준비”>(7/21)는 제목에 아예 ‘루머’라고 썼다.‘소문’과 ‘루머’는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치고 보도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많은 언론이 ‘루머’임을 분명 인지하면서도 이를 이슈화하고 거기에 ‘엄벌 탄원서’라는 반발을 덧붙이며 갈등 양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문의 사실 여부를 다룬 보도는 아주경제 <아주 돋보기/인하대 가해자 부모, 탄원서 모으기 사실일까>(7/21) 등 소수에 그쳤다 아주경제는 “사실관계 확인 중,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을 전하면서 “현행법 규정엔 탄원서를 언급한 조항이 없어 법적으로 인정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라며 탄원서 요청이 사실이라고 해도 재판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다.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학교 측 입장을 전한 보도는 총 14건으로 더 있었으나 대부분은 ‘루머 확산과 분노한 여론의 반응’으로 기사 대부분을 채우고 학교 입장을 짧게 덧붙이며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은 가해자의 범행 자체는 물론, 사건이 알려진 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인해 더욱 논란이 됐다. 피해자의 행실, 외모, 신상정보를 거론하며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갖가지 모독이 이어졌다. 언론은 대부분 이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그 중 일부 보도는 불필요한 2차 가해 게시글 중 일부를 굳이 인용하고 심지어 캡처해서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인하대 성폭행 사망’ 언급 보도 총 1,008건 중 ‘2차 가해’를 언급한 보도는 206건으로 그 비중이 20%에 달한다. ‘2차 가해’를 규탄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의 발언 등 유명인사의 발언이나 엄정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학교 측 입장을 인용한 기사가 포함된 수치이지만 언론이 ‘2차 가해’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06건의 보도 중 42건은 ‘명예훼손’ 등 ‘2차 가해’의 불법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중 일부 보도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많은 게시글 중에서도 사실상 오물이나 다름 없는 2차 가해 게시글을 굳이 인용하고 이미지 캡처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2차 가해가 많이 발생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언급한 보도가 18건이었으며 이 중 뉴스1 <"학교 명예 어떡해" "예쁜지 궁금"…인하대 사망사건 2차 가해 '공분'>(7/18)은 제목과 본문에서 차마 인용할 수조차 없는 2차 가해 내용들을 다수 인용했다. 2차 가해 유포의 심각성을 살펴보기 위해 딱 하나의 사례만 살펴보자면 ‘학교 명예를 위해 합의 하의 성관계하다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 언급한 2차 가해 게시글의 경우 위 뉴스1 보도를 포함해 총 5건에서 상세히 인용보도했다.

3) 성 대결 부추기기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보도 중 부적절한 사례의 세 번째 특징은 부정확한 정보나 정치권 논쟁을 이용해 불필요한 성별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성 커뮤니티’와 ‘남성 커뮤니티’ 간의 비방전 등 일각에서 벌어진 대결 양상을 적극 중계하는 보도들이다. 일요시사 <‘방구석 분노’에 뒤덮인 인하대 사건, 왜?>(7/25)는 2차 가해와 신상털기 등 온라인 상에 벌어지는 왜곡된 현상을 비판하는 보도였다. 그러나 보도에서는“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사건에 성별 대립구도가 투영”,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라서 죽었다’와 같이 ‘강남역 살인사건’ 때와 유사한 주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쪽에서는 고유정, 이은해 등 여성 살인범을 반례로 들며 역공에 나선 모습”이라며 ‘커뮤니티 성 대결’을 중계했다. 여기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 착취물 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다”라는 주장과 “이건 또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모두 공범이라니.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며 “누가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라는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의 반박도 덧붙여 온라인 상의 말싸움을 정쟁과 연결지었다.

이처럼 ‘여초 커뮤니티’를 거론하며 ‘남녀 성 대결’을 중계한 보도가 적지 않다.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인하대 성폭행 사망’ 보도 1008건 중 ‘여초 커뮤니티’를 언급한 보도는 13건이며 모두 위 사례와 비슷한 내용이다. 노골적으로 ‘성별 갈등’을 언급한 보도도 4건으로 이중 뉴시스 <"인하대 사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면 성별갈등만...">(7/20)는 아무런 맥락도 없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관련 “보수 성향 여성단체”의 주장이 나왔다면서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과 연관시키며 남성과 여성을 또 갈라치기하려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범죄 근절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여성가족부 존치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여성을 피해자로,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한 특정 프레임으로 성폭력 문제를 보는 편협한 시각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별 갈등을 부추겨왔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는 일에 이용해 왔다”,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오로지 남성성에 두고, 남성성 자체를 죄악시하고 이를 억제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방식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여,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 등 해당 단체의 주장을 길게 인용했다. ‘보수 여성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쓴 것 외에 다른 내용이 아예 없는 보도로서 사실상 그 단체의 성명서나 다름 아니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남녀 갈라치기’나 ‘남성성 자체를 죄악시’하는 주장을 했는지, 이 사건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다르거나 여성 혐오범죄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지,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일방적 주장을 인용하기만 한 것이다. 이는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의 본질적 의미와 우리 사회의 과제를 축소, 은폐할 우려가 있는 사례다.

3. 주요 보도 사례

1) 사건 당일 피해자에 대한 선정적 묘사

이 사건의 첫 보도는 사건 당일인 7월 15일 오전 7시 39분 연합뉴스에서 나왔는데 그 제목이 <“인하대서 여성 옷벗은 채 피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였다. 이 시각 아직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보도는 목격자의 신고와 병원 이송, 경찰의 “범죄 혐의점 수사 착수”만 전했다. 사건의 정확한 경위가 알려지지도, 범죄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이 시점에 결국 보도가 초점을 맞추고 독자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요소는 “술에 취한 여성이 옷을 벗은 상태로 쓰러져 있다”는 목격자의 신고 내용이었고, 언론을 이를 인용하면서 제목에도 피해자의 상태를 적나라하고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첫 보도가 이렇다보니 아예 똑같은 제목과 내용의 전제 형식 또는 받아쓰기 보도가 양산됐으며 잇따라 비슷하면서도 더 노골적인 표현을 쓴 보도들도 이어졌다. 한국경제 <"인하대서 여성 옷 벗은 채 피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7/15), SBS <"인하대서 여성 옷 벗은 채 피 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7/15) 등 제목부터 내용까지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전제한 사례, 노컷뉴스 <"인하대서 여성 나체로 피흘리고 쓰러져"…경찰 수사>(7/15) 등 보도 내용은 똑같지만 제목에 더 노골적인 표현을 쓴 사례, 뉴시스 <인하대서 여대생 옷 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경찰 수사>(7/15) 등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강조하며 자극성을 더하는 ‘여대생’ 표현을 쓴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후 시민단체와 일부 미디어비평 매체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연합뉴스의 첫 보도는 <"인하대서 여성 피흘린 채 쓰러져"…경찰 수사>(7/15)로 제목을 수정해 선정적 표현을 삭제했다.

사망한 범죄 피해자의 신체적 상태에 대한 과도하고 선정적인 표현은 “범죄‧폭력‧동물학대 등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저속하게 다뤄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 등 여러 보도 관련 규정에 위배된다.

다른 매체들과 달리 사건 초기 피해자 상태에 대한 과도하게 구체적인 묘사, 선정적 표현을 쓰지 않은 매체도 있다. 주요 방송사 중 MBC의 경우 첫 보도 제목은 <숨진 인하대 학생...경찰 20대 남성 강간치사 혐의 입건>(7/15)인데, 여기에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묘사가 없다. 대부분의 매체가 경찰 수사가‘범죄 혐의점’조차 찾지 못했던 초기부터 선정적 표현을 포함해 보도를 쏟아낸 것과 달리 가해자가 입건된 후에 보도를 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 신문사 중에서는 한겨레를 꼽을 수 있다. 한겨레의 첫 보도 제목은 <인하대 교내서 피 흘린 채 발견된 학생 숨져...경찰 수사>(7/15)이다. 역시 피해자 상태에 대한 구체적, 선정적 묘사를 피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겨레는 이후 <선정적·성차별적 제목, 고백합니다>(7/18) 보도에서 한겨레의 애초 보도 제목 역시 <대학 내 알몸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 숨져…경찰 수사>로서 연합뉴스와 다를 바 없었다고 일종의 ‘반성문’을 내놨다. 사과나 반성은커녕, 본래의 선정적 표현을 수정조차 하지 않는 대부분의 매체에 비해 한겨레의 이 기사는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성찰하는 편집국의 자세가 담겨있었다.

2)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2차 가해의 확대재생산

사건의 양상이 잔혹하고 충격적인 강력범죄, 특히 성범죄의 경우 사건 경위나 범행 과정을 옮기는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도 관련 자율 규정과 공적 규정 모두 성범죄 보도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의3(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등)는 “성폭력·성희롱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폭력·성희롱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취향, 직업, 주변의 평가 등 사적 정보를 자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루어서는 아니 되며,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성폭력·성희롱 사건 가해자(피고인, 피의자, 혐의자,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 확정된 자를 포함하며, 이하 ‘가해자’라 한다)의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을 부각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고 혐오감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와 같은 다각도의 제한을 두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만든 인권보도준칙 역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성폭행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피해 상황을 설명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히 피해자의 상처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 공개하지 않는다”, “범죄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 측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보도할 필요도 없고 보도해서도 안 되는 정보들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태도는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론 보도는 다르다.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에 있어서도 일부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 인터넷상의 2차 가해성 게시글의 무분별하게 인용, 확대 재생산했다. 소문을 확인도 검증도 없이 보도하여 불필요한 논란과 감정적 반응을 야기한 사례로는 ‘가해자 부모의 탄원서 요청 소문’ 보도를 꼽을 수 있다.

7월 19일, 톱스타뉴스 <"한 번만 살려달라"…인하대 가해자 부모, 선처 탄원서 요청?→비난 폭주>(7/19)를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헤럴드경제 <인하대 가해자 부모, 친구들에게 '선처' 탄원서 부탁...온라인 커뮤니티서 소문 확산>(7/20)과 같은 보도가 쏟아졌다. 내용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7월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처 탄원서를 써달라고 (가해자) 부모에게 계속 연락이 오는데 받아야 하냐”, “나 말고도 여러 명이 연락받았다. 한 번만 살려달라고 선처 탄원서를 부탁받았는데, 진심으로 고민된다. 울고 불면서 A를 한 번만 살려달라고 우시는데, 몇 명은 이미 썼다고 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친구들에게 다 연락하신 것 같더라. 두 분이서 한 번만 도와달라고 한다. 이미 몇 명은 좀 불쌍하다고 써준다고 하는데, 은근히 압박이 들어온다”는 글이 게재되어 논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보도들 대부분이 “해당 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라고 썼다. 언론이 ‘진위’도 확인하지 않고 ‘소문’을 퍼뜨리면서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밝히는 기현상이다. 모든 보도가 해당 ‘소문’에 “인면수심이 다름없다”, “주작(거짓말)인 것 같다”, “피해 유족들이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나”와 같은 다른 누리꾼 반응들도 인용했는데 이런 보도들로 인해 여론은 더욱 들끓어 가해자 가족에 대한 비난과 신상 공개 요청까지 잇따랐다.

그러나 언론은 이마저도 중계했다. 이데일리 <"'인하대 사건' 가해자 선처? 엄벌 탄원서 준비"...학생들 나섰다>(7/20)와 같이 ‘가해자 엄벌 탄원서를 준비하겠다’는 학생들의 반발을 잇따라 보도한 것이다. 분노한 여론은 ‘소문의 진위 여부 상관없이 엄벌해야 한다’는 반응이었지만 언론은 달라야 했다. 아무리 가해자라고 해도 그 가족까지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인해 부당한 비난과 공격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24일까지도 그 소문의 ‘진위’를 확인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으며 그나마 세계일보 <“가해 학생 부모가 ‘탄원서 전화’ 돌렸다는 건 거짓 뉴스”… 인하대 전문 로펌 선임>(7/20), 조선일보 <“가해자 측이 선처 탄원서 부탁” 루머 확산... 인하대 “확인된 것 없다”>(7/21) 등 일부 보도가 해당 소문이 거짓 또는 확인된 바 없으며 피해자, 가해자 모두와 관련된 허위정보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인하대 측의 입장을 전했다. 언론이 유포한 미확인 소문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한 것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만연한 ‘2차 가해’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자의 신상 정보, 외모, 행실 등을 거론한 게시글들이 게재됐는데 모든 언론이 이를 ‘도를 넘은 2차 가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부적절한 ‘2차 가해 게시글’내용을 인용하는 보도도 등장했다. 서울경제 <"인하대 성폭행 피해 여대생 예뻐요?"…도넘은 2차 가해 '눈살'>(7/18), 뉴스1 <"학교 명예 어떡해" "예쁜지 궁금"…인하대 사망사건 2차 가해 '공분'>(7/18), 시사저널 <“피해자 인스타 아는분” “예쁘다던데”…인하대 사망 사건 ‘2차 가해’ 논란>(7/18), SBS <포착/"피해자 외모 궁금함"…익명 뒤 숨은 저열한 2차 가해>(7/18), 세계일보 <“새벽에 여자가∼” “최초 발견 부러워” 심각한 2차 가해…인하대 “로펌 선임, 법적 대응할 것”>(7/20) 등이다. 이 보도들은 2차 가해 게시글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글들”, “도 넘는 2차 가해”라고 칭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보도 제목으로 그 내용을 제목으로 뽑고, 보도 본문에서도 상세히 인용하는가 하면, 해당 게시글 중 일부를 캡처까지 해 이미지 파일을 게재하기도 했다. 여기다 “역겨워서 못 읽겠다”, “저런 X소리는 살다 살다 처음 듣는다”, “욕도 아깝다”와 같은 다른 누리꾼들의 반응을 덧붙였다. 언론사 자신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착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보도 역시 피해자와 그 유족에 상처를 주는 행위는 물론이고, 국민 성인지 감수성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이다. 이런 보도들은 정작 2차 가해가 왜 문제이고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며 근절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은 언급조차 않는다. 2차 가해를 유포, 확대 재생산하는 것 외에 다른 사회적 의미를 찾기 어려운 기사로서, 성폭력 사망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상업적으로 소모하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3) 불필요한 성 대결 야기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별 갈등이 격화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갈등 양상에서 나타난 일방적 비난과 배타적 주장들을 그대로 옮기며 중계 보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이 반복된 사례로는 성폭행 끝에 사망한 사건 경위와 무관하게 일부 누리꾼들이 다른 성별을 향해 벌인 비방전을 중계한 사례들이다. 일부는 정치권 공방과 인터넷 상의 성별 중심 갈등을 연결하여 전혀 불필요한 갈등을 ‘정쟁’으로 확전하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는 중앙일보 <"남자면 공범이냐""2차가해 그만"…성 대결 번진 '인하대 참극'>(7/18)이다. 이 기사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 착취물 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다”라는 주장을 먼저 담았다. 다음엔 “우리가 모두 공범이라니.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며 “누가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라는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의 반박을 나열한 뒤, 인터넷 상의 말싸움들을 인용했다. 그 내용은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언제까지 죄 없는 여성이 죽어야 하냐’ 등의 의견과 ‘박 전 위원장의 말은 얼까(억지 까임)이다. 남성이란 이유로 왜 내가 공범 소리를 들어야 하냐’ 등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등이다. 게다가 “여성 유저가 많은 A 커뮤니티”와 “남성들 주로 모이는 B 커뮤니티”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성별로 가른 후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한남들 제발 뒈졌으면”이라는 주장을,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군대에서 남자들 몸 다치고 사고 나서 죽는 그런 일에는 입 싹 닫고 있다가 이번 사건에만 유독 과민 반응하는 게 웃기다”라는 주장을 인용해 대비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는 대학별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서 벌어진 논쟁까지 인용하면서 “‘여자가 예뻤나 보다’, ‘합의한 성관계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 아니냐’, ‘여자들은 살인보다 성폭행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내용까지 ‘익명 재학생’발로 인용했다. 그 주장들이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사실도 그 ‘익명 재학생’ 발언으로만 언급됐다. 직접 인용한 이 상황들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을 달궜던 성 대결 양상의 초기와도 유사한 흐름”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참혹한 성범죄 앞에서 언론은 아무 책임도 의무도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나 자극적인 말싸움들만 모아놓더니 ‘범죄로 인해 성 대결이 벌어졌다’고 외치는 격이다. ‘성 대결’이 벌어졌다면 그것은 범죄나 실질적인 ‘대결’ 때문이 아니라 싸움을 부추기고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때문이다.

4) 여성가족부 장관 발언 논란과 언론 보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디지털성범죄, 성폭력과 관련한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3월 대선을 전후로 끊임없이 폐지론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새로 임명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취임 2개월을 맞이한 7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도 언급되었는데 이러한 성범죄의 재발 방지책 및 피해자 지원, 2차 가해 대응을 다루는 부처 장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숙 장관은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에 대해 “학교 측에 재발방지 대책 제출 의무를 안내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민감한 언론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기자협회에 협조를 요청”한다면서도, “해당 사건은 (남녀 문제가 아닌) 학생 안전의 문제”라 강조했다. 김 장관은“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남성 피해자 비율이 20%가 넘는다” “젊은 남성들은 가부장적 지위를 누리거나 남성 우위 사회에 살지 않았는데 결혼할 때는 전부 남성이 집을 해와야 한다는 등 고정관념이 여전히 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군대 다녀온 남학생들이 수업을 못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여성이 성폭행 끝에 사망한 본래의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성범죄 피해 남성, 남성의 권리’를 앞세우기도 했다.

주무 부처 장관의 발언인 만큼 언론이 과연 사건의 본질을 잘 짚은 발언인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부적절한지 검증해야 했으나 그런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 ‘김현숙 인하대’ 언급 기준 32건이었는데 이중 비판적 보도는 단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0건의 보도들은 대부분 뉴시스 <김현숙 "인하대 사건, 성별 갈등으로 바라보지 말아야">(7/25)와 같이 김 장관 발언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서 ‘논란’이라고 규정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위키트리 <여가부 장관, 인하대 사건에 밝힌 '소신'...완전히 냉정하다>(7/24)와 같이 김 장관의 발언을 ‘소신’이라 치켜세우는 제목을 뽑았다. 이는 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3건의 비판 보도는 모두 김현숙 장관의 인식을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김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프레시안 <김현숙, 인하대 성폭력 사망 두고 엉뚱 발언 "디지털성범죄 男 피해자 20%">(7/24)은 제목에서 장관의 발언이 ‘엉뚱’하다고 지적하며 “사건의 본질에서 빗나간 답변 태도를 보여 논란”이라 평했다. 또한 “전형적인 여성 살해 사건에 해당” “남학생이 동급생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준강강치사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 범죄에 노출된 경우”, “여성에 대한 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성폭력과 여성살해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그 해결책이 엉뚱한 '폐쇄회로(CC)TV 확대'나 '야간 통행 금지'와 같은 "근본적으로 유효하지 못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 요인으로 한국여성민우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지적” 등 각계 의견을 종합해 김 장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일보 <대체 성폭력이 젠더 폭력이 아니면/삶과 문화>(7/25)에서는 여가부 장관 인식에 대한 분노도 엿볼 수 있다. 이주엽 작사가가 쓴 이 칼럼은 “인하대 사건은 같은 동아리 소속 학생이 가해자다. 평소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 사이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다. 인간의 근본을 떠받치는 신뢰 자산을 파괴하고, 결과적으로 한 생명을 파괴했다. 가해 남학생은 성폭행에 더해 영상 촬영까지 했다. N번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N번방은 일단락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누군가의 내면에서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건 후 인터넷 사이트엔 ‘피해자가 예쁘냐’며 외모를 궁금해하고, ‘왜 늦은 시간에 술을 마셨느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저열한 2차 가해다”라며 사건의 기본적 사실관계와 사건 후 2차 가해까지 요약한 후 “이 일련의 도착적 성문화를 보고도 이 사건이 단순 안전에 관한 문제라 생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렇게 만연한 성폭행 사건을 젠더 폭력으로 봐야하는 이유로는 권력이 된 차별적 이데올로기의 기원을 꼽았다. “여성 차별 이데올로기의 근본적 배후는 완력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유일하게 뛰어난, 우연하게 획득한 그 동물적 힘 말이다. 그 힘으로 인류는 장구한 시간 동안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구축해왔다. 문화를 가장한 야만의 시간이었다”라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방송사 중에서는 MBC가 유일하게 장관의 발언을 검증, 팩트체크했다. MBC <알고보니/디지털성범죄 남성피해자가 20%?>(7/26)는“김현숙 장관이 인용한 통계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은 피해자의 숫자를 집계”한 것으로서 “남성 피해자의 경우 지난 2018년 전체의 약 16%였다가 지난해 26.5%까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신체가 노출되는 이른바 '몸캠'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남성들의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며 “검찰 통계 분석을 보면 디지털성범죄자, 즉 가해자의 94%가 남성이고, 여성은 2.6%에 불과”, “남성이 피해자인 디지털 성범죄 역시 가해자는 절대다수가 남성”이라고 짚었다. 결론적으로 “김 장관은 피해자 통계만을 인용한 데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통계를 제시하면서, 뜬금없이 남성도 피해자라는 측면을 부각”, “더군다나 인하대 사건은 가해자가 명백한 성폭력 사건인데, 피해자를 중심으로 집계하는 디지털 성범죄 통계를 인용하며 젠더문제를 거론한 것 역시 초점이 맞지 않아”라고 비판했다.

성폭행 범죄 관련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에 이 정도 검증은 기본이다. 기본적 검증이 극히 소수의 보도에서만 나온다는 점에서 ‘젠더 폭력’ ‘여성 대상 범죄’를 향한 언론의 시각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거나 피상적 수준에 그친다는 현실을 알 수 있다.

5) 바람직한 보도 사례

여성을 향한 강력 범죄, 젠더 폭력, 성차별과 성평등 등 근본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고 불필요하게 인터넷 반응과 싸움 중계를 하다 2차 가해성 표현까지 인용하는 일부 보도의 문제점이 두드러졌으나 사건 자체에 대한 보도 전반은 주로 ‘공분’ ‘안타까움’이 주요한 기조였다.

사건 초기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묘사한 일부 속보성 보도들을 제외하면 MBC <단독/ "승강기로 3층에‥범행은 2시 20~30분" 드러난 범행 전모>(7/22)와 같이 가해자의 구체적 범행 사실을 파헤쳐 혐의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데 일조한 보도들도 있었다.

언론 보도의 문제점이 집약된 ‘2차 가해’ 현상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보도들이 많았다. 일부 매체가 불필요하게 2차 가해 내용을 과도하게 인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수 보도가 경향신문 <'인하대생 사망' 피해자 신상 추적글 수두룩...도 넘은 ‘2차 가해’>(7/19)처럼 제목에는 2차 가해 내용을 인용하지 않고, 기사 본문에서도 외모 등 모욕적 대목이 아닌 “사망에까지 이른 성폭행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는 내용” 위주로 소수만 인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경향신문 사례에서도“‘2차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이 같은 혐오글들을 방치하며 사회적 책무를 게을리하고 있는 인터넷사업자들”,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의 언론 보도” 등 다각적이고 본질적 차원에서 ‘2차 가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인하대 사건에 '늦게 다니지 마'란 말, 2차 가해입니다>(7/20)도 주목할 사례다. 흔히 2차 가해가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의미일 것이라 여길 수 있는 말이나 생각들이 사실은 무의식적인 2차 가해일 수 있다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도다. 한국일보는 “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문화'를 들기도 했다”며 이를 “안타까움을 가장한 비난”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의 논평을 달았다. “피해자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이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집에 일찍 돌아왔다면' 등 피해자의 행실에 주목하는 일은 결국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고 올바르게 처신하면 성범죄가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므로 결국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보도록 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어서 “지난해 상급자에게 성추행 피해 후 숨진 공군 부사관 고(故) 이예람 중사” 등 성폭력 범죄 후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까지 이른 사례들을 종합하여 “성폭력 피해는 결국 2차 피해가 더 지배적”이라 강조했고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지지'의 힘”이 필요하다며 보도를 마무리했다. 권인숙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소장의 발언으로 결론을 지었다. ‘2차 가해’를 길고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실제 게제된 2차 가해 글’은 단 하나도 인용하지 않았다. ‘2차 가해’를 보도하고자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잘 보여준 모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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