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 해외사례 팩트체크 34
영국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청소년이 40배 증가?
1. 주장
1) 크리스천투데이 <영국서 성전환 아동 10년간 4천% 증가...원인 조사중>(2018.9.19)
영국 정부가 성별을 전환하려는 아동이 4천% 이상 증가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보도했다. UK 익스프레스가 보도한 데이터에 따르면 성 전환 시술(gender treatment)에 대해 언급한 청소년이 2009-2010년에는 97명에 불과했으나 2017-2018년 사이 2,510명으로 늘어나 약 4,415% 증가했다.
영국 여성평등부 페니 모던 장관은 성별 전환 아동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소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조사하고 이것이 특히 여학생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조사할 것을 당부했다. 9년 전만 해도 40명의 여학생이 ‘성 전환 시술’을 받았으나 현재 1,806명으로 4,515%나 증가했다. 남학생 수는 동기간 56명에서 713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성 전환 시술을 언급한 아동 중 45명이 6세 이하였으며 가장 어린 아이는 4세였다.
텔레그래프는 “일부 교육자들은 학교에서 트랜스젠더 문제를 홍보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혼란을 준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아이들에게 성별을 의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일종의 '산업'(industry)이 되었다”면서 “‘여성 대 페미니즘(Women Vs Feminism)’의 저자인 조안나 윌리엄스는 학교가 어린 아이들에게 그들이 실제로 소년이든 소녀이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영국에서는 8백여 명의 ‘성별 불쾌감’을 지닌 어린이들에게 지난해 사춘기가 오는 것을 막는 약물을 투여했으며 그 가운데에는 10세 아동도 포함돼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많은 의사들과 전문가들은 어린이에게 사춘기 차단제뿐만 아니라 성 호르몬을 포함한 이 화학 물질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점점 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브리스톨 왕립 병원(Bristol Royal Infrastructure)의 컨설턴트 정신과 의사인 루시 그리핀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술은 골다공증을 일으키고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불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성 전환 시술’을 요구하는 미성년자의 급속한 성장은 ‘성별 불쾌감’의 급성 발병 요인인 사회적 파급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가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을 축하하고 있는 레딧(Reddit; 소셜 뉴스 웹사이트)과 유튜브 같은 인터넷 문화에 의해 악화되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자가진단을 하고 성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청소년들은 실제로 그것을 진행하고 있다고.
페더럴리스트는 지난 주 미국에서 13세 소녀들이 성별 불쾌감으로 인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으며 “연방 세금이 사춘기 차단제와 교차 성 호르몬 사용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왜곡된 연구에 쓰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천포스트는 이 문제와 관련된 쟁점은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이며 이러한 의료 행위에 대한 찬반은 정치적 스펙트럼과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2. 기존 팩트체크
1) 뉴스앤조이 <‘동성애 가르치지 않아’ 학교 폐쇄? 반쪽 사실만 전달>(2020.7.17.)
법적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성별이 다르다는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은 사람은, 호르몬 투여, 성별 정정 수술 등을 통한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친다. 개신교 신념에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 현재 전 세계 정신과학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다. 차별금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이 기준에 따라 성별을 정정할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역시 ‘성별 위화감’을 겪는 아동·청소년이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했다. AAP는 미국과 영국에서 실제 상담 사례, 성별 전환 수술 등을 종합해 만든 것이다. 성별 위화감을 겪는 아동은 자살·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이 정책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진평연이 인용한 CBN(Christian Broadcasting Network)은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 계열 방송사다. CBN은 이 정책을 수립하기까지 근거가 된 통계를 가지고 최근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증가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평연은 40배 증가라고 했지만, 원문은 ‘4000% 증가’라고 더 자극적으로 표현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사실이다. 영국에서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인식하는 청소년이 2009년에 97명이었고 2017~2018년에는 2510명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트랜스젠더리즘’이라는 잘못된 개념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아이들이 트랜스젠더가 존재함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호르몬 요법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논리다.
영국 반동성애 운동가들은 2010년 평등법이 제정되면서 트랜스젠더가 증가하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2015년 <보건사회연구>에 발표한 논문 ‘한국 트랜스젠더 의료 접근성에 대한 시론’에 따르면, 미국에서 진행된 여러 조사 결과로 볼 때 트랜스젠더는 전체 인구 중 약 0.3%를 차지한다. 평등법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증가한 게 아니라, 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가시화한다고 보는 게 더 논리적이다.
2) 코람데오닷컴 <차금법 옹호하는 ‘뉴조’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9)>(2020.8.5.)
뉴스앤조이는 “진평연이 인용한 CBN(Christian Broadcasting Network)은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 계열 방송사다. CBN은 이 정책을 수립하기까지 근거가 된 통계를 가지고 최근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증가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평연은 40배 증가라고 했지만, 원문은 '4000% 증가'라고 더 자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뉴스앤조이는 너무 성급하게 기사를 쓰다 보니 팩트체크를 제대로 못한 듯하다. 이 사실은 CBN만 보도한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영국의 다른 많은 언론들도 보도했다. 아래에 기재한 언론사들 이외에도 더 있는데, 그만큼 이 사실이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들 언론사의 기사 제목도 4000%라고 한 CBN 기사 제목과 동일하다.
Minister orders inquiry into 4,000 per cent rise in children wanting to change sex, The Telegraph, 2018.9.16
● Minister orders inquiry into 4,000 per cent rise in children wanting to change sex, The Telegraph, 2018.9.16.
● Government probe into why so many girls want to be boys: Investigation ordered after number of 'transitioning referrals' increases by four thousand per cent, Mail Online, 2018.9.15.
● Investigation as number of girls seeking gender transition treatment rises 4,515 percent, Express, 2018.9.16.
영국 텔레그랩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9월 영국의 여성평등부 장관 페니 모던(Penny Mordaunt)은 지난 8년간 자신의 성을 바꾸고 싶어 하는 어린 아이들의 수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난 이유에 대해 조사를 지시하였다고 한다. 2009년~2010년 사이에 남녀 아동 총 97명이 성전환 시술을 원했었는데, 2017년~2018년 사이에는 그 수가 총 2,519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여성평등부는 소셜 미디어와 학교에서의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한 교육이 어린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또 사춘기가 안 된 어린 아이들을 성전환을 위해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텔레그랩은 영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에서의 트랜스젠더리즘 교육이 이러한 결과를 낳을 것을 미리 경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진평연의 주장은 영국 언론 보도와 통계, 그리고 영국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근거하고 있다.
▪‘자신을 트랜스젠더라 인식하는 청소년 40배 증가’외신 CBNNEWS 기사 갈무리
3. 다시 정리한 팩트체크
1) 팩트체크
영국에서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인식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최근 수년간 급증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4000 per cent” 증가라고 표현한 뉴스 기사 역시 다수 확인된다. 실제로 영국의 전 평등부 장관 페니 모던트(Penny Mordaunt)는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였다. 하지만 조사에 대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영국의 평등법 및 ‘관계와 성에 대한 교육’과 이러한 현상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영국 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남성으로 태어난 아동(약 1200% 증가)보다 여성으로 태어난 아동(약 4500% 증가)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인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스웨덴(1500% 증가), 덴마크 등 유럽 다수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원래 트랜스젠더였으나, 외부적으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일정한 시기가 흘러서 자유로운 분위기, 차별을 받지 않을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나, 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았으므로, 추후에 그 조사결과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프레임체크
장혜영 의원안과 국가인권위 평등법 시안은 모두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서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으로, 이러한 법안 논의와 아동의 성 정체성 여부는 무관하다. 오히려 해외 선진국의 선례를 비추어 볼 때 점점 더 많은 아동이 법적 성별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별이 다르다고 생각함에 따라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2016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인구 비율에 대해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미국 내 트랜스젠더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0.5-0.6%로 추정이 된다. 이를 영국에 대비하면 영국 총인구 약 6650만명중 약 33만-40만명이 트랜스젠더로 추정된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2009년-2010년에 97명의 아동만이 성을 바꾸고자 한 것은 오히려 지나치게 적은 숫자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평등법이 시행되고 트랜스젠더들이 차별로부터 보호받음에 따라 더 많은 아동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도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다만 ‘통계 비교의 오류’와 ‘논리적 비약’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통계 비교 오류’와 관련해서는 일단 비교 연도가 다르고, 트랜스젠더 총수는 조사 당시 누적 수 개념으로 한 것 같고, 아동의 수는 2009년~2010년 2년간만 비교한 것이라 여러모로 비교 대상이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로 ‘논리 비약’과 관련해서는, 물론 33만~40만명에 비하면 97명이라는 숫자가 매우 적기는 하나, 이것이 바로 ‘아동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결과’라고 단정할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렇게 주장하려면 ‘성정체성은 아동기에 이미 인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성정체성은 이미 아동기에 인지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 성인 트랜스젠더 수가 이렇게 많은데 2009년~2010년 당시 트랜스젠더 수술 시도 아동 통계가 적게 나타난 것은 그 당시 아동이었던 트랜스젠더들이 자신들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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